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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온도

by []).push 2020. 11. 9.

각자의 온도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온도에 민감해졌다.

따뜻한 밥은 밥대로, 시원한 맥주는 맥주대로 본질이 지닌 고유의 온도를 유지한 상태가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웃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커피가 식는 게 싫어서 가능하면 빨리 마시는 편이다.

반 정도 마신 커피가 미적지근하게 약간의 온기만 유지의 상태가 너무 싫기 때문이다.

찌개를 먹을때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상태가 유지될 때 훨씬 찌개의 본질에 가깝고 칼칼한 맛도 더 강렬하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온도를 유지하며 끓이면서 먹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열을 오래 유지시켜주는 돌솥이나 뚝배기를 좋아하게 되고 입천장은 언제나 온전하지 않았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아주 작은 양을 여러 번에 나누어서 먹는다.

남들 한 공기를 나는 3번정도 나눠 먹는데 단순한 이유지만 먹는 중간에 밥이 식는 게 싫어서이다.

물론 밖에서 사먹는 밥은 그럴 수 없겠지만 집에서는 거의 이런 식으로 나누어서 먹는 편이다.

번거롭긴 하지만 밥이 밥만의 온도를 유지할 때 아삭한 김치나 따뜻한 스팸이 본연의 맛에 훨씬 더 충실해지기 때문이다.

 

집에서 맥주를 마실때도 가능하면 통에 얼음을 채워놓고 얼음으로 맥주 주위를 감싼다.

냉장고에서 꺼냈을 때의 온도를 다 마실때까지 유지하고 싶어서이다.

반 정도 마신 맥주가 미지근해지면 맛도, 목넘김도 맥주로써의 기능을 상실한다.

그러므로 맥주는 맥주 본연의 온도를 유지하면서 마신다. 주류 냉장고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요즘은 김치냉장고도 냉동, 냉장, 김치이외에 주류라는 옵션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각자의 온도는 중요하다.

그렇다고 밖에서 까지 이렇게 유난을 떠는 민폐캐릭터는 아님을 소심하게 밝힌다.

 

온도는 생명의 본질이다. 

수십도의 일교차를 보이는 사막에서 사막여우는 길쭉하고 큰 귀로 체온을 조절하고,

땅굴을 파고 사는 미어캣은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굴속의 차가운 바닥에 배를 대고 온도를 유지한다.

사람도 36.5도를 365일 유지해야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체온은 면역력과 상관관계가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특히 요즘은 어딜 가나 온도계를 들이대는 시대라 온도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는 것 같다.

 

단순히 온도라 함은 따뜻함과 차가움이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에 불과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수치로 분류할 수 없는 냉정이나 열정 같은 가치의 온도,

사람사이에서 느끼는 교감의 온도는 물리적 온도보다 훨씬 삶에 의미를 더한다.

 

사랑도 각자의 온도가 비슷할 때 이루어진다.

미지근한 상대 때문에 나의 심장이 들끓는다거나,

외면과 비난으로 심장이 냉철하게 얼어붙어서는 각자의 온도를 발휘하는 삶을 살아가기 힘들다.

밥은 밥대로, 맥주는 맥주대로 각자의 온도를 유지할 때 가장 아름다운 게 아닐까?

과연 나의 온도는 몇 도일까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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