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1 행복이 밀려온다. 행복이 밀려온다. 3시간을 끙끙거렸지만 결국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마음은 서늘한데 머리에서는 열이 나는 것 같았다. 멀리서 여명이 밝아왔다. 11월의 6시40분은 아파트 윤각이 겨우 드러날 정도로 어슴푸레했다. 커피를 마실까 생각했는데 갑자기 딸기쨈 바른 바싹한 식빵이 먹고 싶었다. 옷을 대충 챙겨 입고 식빵을 사러 나섰는데 알싸한 새벽 공기가 가슴을 파고든다. 새벽은 참 매력적이다. 차분한 듯 하지만 잠들어있는 만물들 몰래 예민한 공기가 숨을 쉬고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미묘한 기류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시간이다. 갓 구워 낸 식빵 한 봉지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았다. 한산한 거리의 신선함이 모두 내 것이었다. 머리는 식었고 마음에는 온기가 스몄다. 문득 그때의 보르도.. 2020. 11. 8. 이전 1 다음